전지현·김남길 만나러 개화기 이후로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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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김남길 만나러 개화기 이후로 떠나볼까
  • 이혜진 기자
  • 승인 2019.08.0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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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근·현대 건축기행
맞은편 세브란스 병원 건물에서 내려다본 '문화역 서울284' 전경. 2003년까지 역으로서 기능하던 이곳은 같은해 11월 완공된 신 역사에 역할을 물려주고 현재 복합문화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사진/ 이혜진 기자

[트래블바이크뉴스=이혜진 기자] 사람들의 발길을 막고, 서울역의 동서를 끊고 있던 서울역 고가가 서울로7017로 탈바꿈한지 2년째다. 이에 서울역 인근 지역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5일 서울역 주변에서 ‘서울로 근·현대 건축기행’을 떠났다. 

지하철 1·4호선이 지나는 서울역 2번 출구로 나오자 ‘문화역서울 284(사적 제284호)’ 건물이 보였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이 뒤섞인 이 건물은 군산 세관, 한국은행 화폐박물관과 함께 국내에 현존하는 3대 근대건축물로 꼽힌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했기 때문이다.

문화역서울 284 건물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져있지만 바닥부터 천정까지 층고를 높게 만든 공간도 있다. 웅장한 돔 형태와 아치로 지어진 이 공간은 유럽의 모더니즘 건축 양식을 느끼게 한다. 사진/ 이혜진 기자

특히 ‘문화역서울 284’의 중앙홀은 영화 ‘암살’에서 전지현(안옥윤 역)과 조진웅(속사포 역) 등 의열단원들이 열차에서 내려 잠입하던 장면으로 유명하다. 영화 ‘밀정’의 배경으로도 나왔다.  

문화역서울 284 중앙홀 오른쪽으로 가자 넓은 공간이 눈에 띄었다. 일제시대에 조선인만 머무르던 3등 대합실이다. 남성 승객만 사용할 수 있었던 1·2등 대합실과 부인대합실도 재현돼있었다. 대리석 벽난로와 큰 거울, 고급 장식 벽지로 마감된 귀빈실의 흔적도 남아있다. 조선의 마지막 황녀인 덕혜옹주는 일본으로 가기 전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머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과거 고급식당이었던 '그릴'의 영업장은 1993년 전시회를 여는 곳이 되기도 했다. 현재도 문화역서울 2842층의 전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는 전시가 없어 비어있는 상태. 사진/ 이혜진 기자

2층으로 올라가니 당대 최초의 양식당 ‘그릴’과 화장실, 이발소가 있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그릴은 그릴은 경성 최초의 서양식 레스토랑으로, 이상의 소설 ‘날개’에도 등장한 바 있다. 당시 고급 식당이었던 이곳은 해방 뒤 톱배우들의 발길이 잦았으나, 인근에 고급 호텔이 들어서면서 1988년 중반 문을 닫았다. 기차역이었던 이곳은 현재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문화역서울 284을 지나 서울역 공중정원인 ‘서울로7017(총길이 1024m)’에 갔다. 2015년 안전등급 D등급을 받고 철거될 예정이었던 서울역 고가차로가 보행로로 바뀐 곳이다.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처럼 서울 도심의 대표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곳이기도 하다. 재작년 5월 화분 4백여 개가 늘어선 공원으로 탈바꿈하며 사업비만 무려 6백억 원이 들어갔다. 다만 낮 최고기온이 영상 36도까지 올랐던 이날 오후 서울로는 햇볕을 받아 뜨거워진 콘크리트 열기로 찜통 같았다. 

5일 오후 서울로7017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인공 안개가 뿌려지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로7017 개장 2주년을 앞둔 지난 5월 전월 기준 총 1,670만명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사진/ 이혜진 기자

폭염 속에 롤러코스터를 타듯 골목에서 대로로, 대로에서 골목으로 걷기를 반복하자 난코스인 ‘손기정체육공원’이 나왔다. 이곳엔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가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히틀러에게 받은 월계수를 가져와 심은 대왕참나무가 하늘 높이 자라고 있었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조국을 사랑했을지 헤아려봤다.

그러나 이곳에선 그 어디에도 ‘손기정’과 ‘달리기’라는 아이덴티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축구장과 테니스장 등 일부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동네 주민의 발길만 이어질 뿐이었다.

서울 용산구 손기정 체육공원 산책길. 서울시는 이곳에 주민들을 위한 체육센터와 마라톤 트랙이 새로 깔고 손기정 등 체육 영웅들을 기념하는 전시공간이 조성할 예정이다. 센터 안엔 샤워실, 카페 등도 마련된다. 사진/ 이혜진 기자

이어 방문한 곳은 최근 배우 김남길이 주연한 SBS 드라마 ‘열혈사제’의 주요 배경지인 ‘약현성당(사적 제252호)’. 이곳은 드라마에선 구담성당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성당 초입에 들어서자 큰 길 표지판엔 ‘천주교 중림동(약현)성당 한국최초의 고딕성당’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정문의 돌기둥엔 ‘약현천주교회’라고 새긴 글씨가 또렷했다.

약현성당에서 내려다보이는 지금의 서소문공원 부근은 과거 신유(1801년)·기해(1839년)·병인(1866년)박해를 거치면서 천주교 신자가 가장 많이 처형을 당한, 한국 최대의 순교지다. 1984년 성인반열에 오른 순교자 103위 가운데 44명이 바로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후 배우 김태희와 그룹 S.E.S 출신 가수 바다 등 많은 유명인사가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천주교 신자들에겐 명동성당보다 결혼식을 예약하기 더 어려운 곳이라고 한다. 

드라마 '열혈사제' 속 구담성당의 실제 장소인 약현성당. 서울 도심에 있지만 언덕배기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이 성당은 한국 최초의 서양식 교회 건축물로 로마네스크 양식 건축과 색유리화가 아름다운 곳이다. 사진/ 이혜진 기자

약현성당은 현재 서울시가 지정한 도보관광코스 중 하나이자 교황청이 인정한 천주교 서울순례길에 포함돼 있다. 1892년 최초의 서양식 벽돌 건물로 세워진 곳이라 문화재적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약현성당 신자들을 위해 앞서 1971년 지어진 복도식 주상복합 아파트 ‘성요셉아파트’에 갔다. 상가와 주거지가 뒤섞인 성요셉아파트 1층에는 낡은 것과 새것이 서로 공존하고 있었다. 2016년부터 커피전문점 ‘커피방앗간’과 미용실 ‘글래드’ 등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들어선 것. 2017년 ‘중림동 주민활성화 추진단’은 주민 의견 수렴 및 구체적인 사업 실행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당해 7번의 워크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인 성요셉아파트. 인근 약현성당에서 수익사업의 일부로 지은 건물이다. 서울의 현대화 과정을 보여주는 명소로 통한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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