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숲 사이로 백제의 여름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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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숲 사이로 백제의 여름을 거닐다
  • 이혜진 기자
  • 승인 2019.07.1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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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민 품에 안은 몽촌토성, 풍납토성

[트래블바이크뉴스=이혜진 기자]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을 수도로 삼은 나라는 어딜까. 정답은 백제다. 서울은 백제의 678년 역사에서 약 500년(기원전 18~475년) 동안 수도였다. 한성백제 시대가 바로 이때다. 한성백제의 역사를 만나기 위해 16일 오후 송파구 방이동의 몽촌토성(사적 제297호)과 풍납동의 풍납토성(사적 제11호)을 찾았다.

강동구청역에서 출발해 백제의 초기 도읍지인 풍납토성을 지나 올림픽공원 안에 있는 몽촌토성에 이르는 길은 3㎞가 넘는다. 먼 거리인데 차를 타면 편하지 않을까? 하지만 주차 문제가 있다. 대중교통은 어떨까. 풍납토성에서 몽촌토성까지 버스로는 최소 20분, 도보로는 32분이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에 차가 밀리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버스나 걷기나 비슷하다.  

올림픽대교와 천호대교 사이에 자리한 풍납토성은 한강유역에 있는 백제 유적 중 최대 규모의 토성 유적이다. 사진/ 이혜진 기자

국가문화유산 포털에 따르면 1925년 대홍수가 나기 전엔 남북으로 4㎞, 높이 10m 내외였다. 이후 여러 건물이 들어서면서 2.7㎞ 구간만 남았다. 

단독주택과 아파트 단지 사이에서 명맥을 잇고 있는 이곳은 곳곳에 아스팔트길로 허리가 잘려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들 건물이 아니었으면 풍납토성이 백제의 토성으로 밝혀지지 못 할 뻔했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인 1997년, 이 일대에서 아파트를 공사하다가 관련 유물이 발견되면서 풍납토성의 존재가 알려졌기 때문. 기원후 475년까지 몽촌토성과 초기 백제의 도읍역할을 했던 이곳은 이제 빌딩 숲 사이에서 서울 시민들을 품에 안고 있다. 

올림픽대교와 천호대교 사이에 자리한 풍납토성은 한강유역에 있는 백제 유적 중 최대 규모의 토성 유적이다. 사진/ 이혜진 기자

간 곳은 몽촌토성. 한강의 지류인 성내천 남쪽엔 올림픽공원이 있는데, 이곳에서 토성 위쪽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어느 각도로 봐도 마천루가 빽빽하다. 빌딩 숲이 옛 서울을 포위한 듯하다. 

몽촌토성은 웅장한 풍납토성과는 달리 높이가 40m 내외에 불과하다. 사실상 성벽이라기보다 둔덕. 남북 최장 길이도 730m에 그친다. 그래도 면적은 44만1767㎡에 이른다. 

몽촌토성은 지난 1988년에 열린 서울올림픽 때문에 세상에 드러났다. 1980년대 초 이 일대가 올림픽공원 부지로 선정돼 땅을 파헤쳤기 때문이다. 당시 공사 과정에서 3세기 중·후반대 초기 백제의 유물들이 다수 발견됐다. 

몽촌토성의 백미는 ‘어울길’에 있다. 경치가 아름다워서다. 지난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이곳을 ‘이야기가 있는 문화 생태 탐방로’로 지정한 바 있다. 사진/ 이혜진

몽촌토성의 백미는 ‘어울길’에 있다. 경치가 아름다워서다. 지난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이곳을 ‘이야기가 있는 문화 생태 탐방로’로 지정한 바 있다. 서울시 최초다. 몽촌토성에서 성내천, 마천전통시장을 지나 남한산성을 오르는 19.6km의 구간이다. 그래서 몽촌토성의 ‘토성’과 남한산성의 ‘산성’을 합쳐 ’토성 산성 어울길‘이라고도 부른다.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지로도 사용됐다. 시간이 있으면 공원 안의 몽촌역사관도 가볼만 하다. 

500년 백제의 숨결을 간직한 몽촌토성은 시민들의 휴식처로 더 사랑받고 있는 듯하다. 이날 찾은 몽촌토성 주변엔 올림픽 시설물과 산책로, 조각공원, 미술관, 생태공원 등이 조성되어 있었다.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두 곳 모두 역사 여행과 도심 속 휴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 충분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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