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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남단…쪽빛 바다서 외로워 ‘마라도’

기사승인 2019.07.15  11: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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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 속의 섬’ 자장면만으로 기억하긴 아쉬워

[트래블바이크뉴스=제주/ 이혜진 기자] 섬에서 섬을 찾았다. 관광지 분위기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힘든 제주 본섬과 달리 딸린 섬들에는 더 소박하고 자연적인, 그래서 마음 푸근해지는 풍경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에선 무르익은 여름을 느낄 수 있다. 지난 6일 제주도를 깊게 알기 위해 ‘섬 속의 섬’으로 마라도에 갔다.

서귀포 모슬포 여객선터미널이나 송악산 선착장에서 여객선을 이용하면 30분이면 도착한다. 섬에 도착하면 누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여행객들은 자연스레 섬 가운데로 줄을 맞춰 걷기 시작한다. 사진/ 이혜진 기자

마라도는 서귀포 송악산 선착장에서 여객선을 타고 가면 30분이 걸린다. 작은 배의 경우바람이 강할 땐 정박이 불가능할 때도 있지만 이날은 다행히 유람선이 선착장에 닿았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키의 10배도 훨씬 넘어 보이는 절벽이 자태를 드러냈다. 거센 바람 탓에 육지처럼 키 큰 나무는 없었다. 

언덕을 오르자 ‘불턱’이 보였다. 이곳은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거나 물질을 마치고 불을 피워 몸을 녹이는 곳이다.  

마라도는 면적 약 0.3㎢에 동서 0.5㎞, 남북 1.3㎞로, 해안선 길이는 4.2㎞에 불과하다. 긴 고구마 모양의 아담한 섬이다. 자장면 한 그릇까지 맛볼 시간을 감안해도 2시간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사진/ 이혜진 기자

더 걷다 보니 ‘할망당’이 나왔다. ‘애기업개당’이라고도 부르는 이곳은 해녀들의 안전과 어민들의 풍어를 빌고자 돌을 쌓아올린 장소다. 무속신앙의 성격이 있는 곳이어선지 지폐와 과자를 돌로 꾹꾹 눌러놓았다.

7월의 마라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풍경은 또 있다. 노란 꽃망울의 괭이밥이 지천에 깔려있기 때문. 백로가 안내하는 꽃길을 따라 언덕에 오르자 생긴지 100년이 넘은 등대가 보였다. 세계 각국의 등대를 축소한 조각을 둘러본 뒤 아래를 내려다보자 전복 껍데기 모양을 한 마라도 성당이 보였다. 

절벽길을 따라 언덕에 오르면 등대와 성당이 어우러진 아담한 마라도에서 가장 아기자기한 풍경을 마주한다. 고개를 반대로 돌리면 초원지대와 바다 건너 서귀포 송악산, 산방산의 풍경이 펼쳐진다. 사진/ 이혜진 기자

바다 너머로는 가파도와 송악산 그리고 산방산이 한눈에 펼쳐졌다. 두 시간 동안 섬을 둘러보며 왜 이곳이 천연보호구역인지 실감했다. 그동안 마라도에선 흰목딱새· 푸른날개팔색조 등 10종 이상의 미기록 조류가 발견된 바 있다. 

섬을 둘러보고 난 뒤 허기지면 짜장면 한 그릇을 하면 좋다. 이동통신이 막 보급되기 시작할 무렵, 국토 최남단에서도 통화가 잘된다는 것을 보여줄 의도로 제작한 광고의 영향이다. 철가방을 들고 ‘자장면 시키신 분~’이라고 외치던 바로 그 광고다. 여행객도 마라도에 오면 으레 자장면 한 그릇은 먹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사로잡힌다. 마라도 자장면에는 톳과 전복 등 해산물이 들어가는데, 10여개 식당마다 재료도 맛도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등대보다 눈길이 가는 건 독특한 모양의 성당이다. 성당의 정식 명칭은 ‘마라도 뽀르지웅꿀라’다. 이탈리아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직접 벽돌을 쌓아 만든 작은 성당인 ‘뽀르지웅꿀라’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사진/ 이혜진 기자

업체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최근 방영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했다는 걸 자랑으로 내세우기도 하는데, 마라도가 겨우 그 정도 섬인가 싶어 다소 씁쓸하다. 역사적 지리적 생태적 가치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마라도는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운 섬이다. ‘최남단’ ‘끝자락’ 이라는 수식에는 자장면 한 그릇으로 채워지지 않는 달콤한 허기와 그리움이 섞여 있다. 돌아오는 배를 타기 위해 살래덕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 끝자락에 산방산이 가물거린다. 작은 섬 마라도는 역설적으로 넓은 풍광을 품었다. 먹구름 잔뜩 낀 하늘과 물살 사나운 바다조차 사랑스러운 국토의 최남단이다.

이혜진 기자 travel-bike@naver.com

<저작권자 © 트레블바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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