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ad50
item45

“골목식당 김밥, 몇 시에 다시 문 열어요?” 원성에…사장님 답

기사승인 2019.04.06  20:20:01

공유

- 거제 바다 바라보며 충무김밥 먹으니 “캬~~”

[트래블바이크뉴스=김채현 기자] 천냥김밥. 과거 ‘김밥 2000원’의 마지노선을 깨고 ‘1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던 메뉴다.

식재료 값 상승으로 외식비가 올라감에 따라 김밥의 평균 가격도 급등했다. 일명 ‘금(金)밥’으로 불리는 김밥 중에서도 가장 비싼 것은 경남 통영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인 ‘충무김밥’.

통영의 지명이 ‘충무’였던 1930년대 만들어진 이 김밥은 보통 맨밥을 만 김 8개에 시큼한 섞박지(무를 썰어 젓국으로 버무려 담근 것으로 궁중김치의 하나)와 오징어 어묵 무침이 조금 나오고, 시래깃국 한 그릇을 더해 1인분에 5000원~5500원에 판매된다(‘통영 충무김밥 거리’ 기준). 심지어 서울 명동에선 10개에 9000원이다. 

5일 오후 1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온 화제의 충무김밥식당을 찾았다. 줄이 길게 늘어서있다. 사진/ 김채현 기자

그런데 이 ‘금밥’을 먹기 위해 본고장 통영이 아닌 거제도를 5일 찾았다. 지난달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고 나서다. 

예상대로 사람은 많았다. 개점 시간인 오전 9시가 되기도 전,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게 앞에 늘어서 있었다. 4시간 뒤 다시 찾아갔다. 대기 인원은 비슷했다. 그리고 20분 뒤 “재료가 다 떨어졌으니 오후에 다시 오시라”는 가게 주인의 말이 들렸다.

5일 오후 1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온 화제의 식당을 찾았다. 가게 양 옆으로 줄이 길게 늘어서있다. 현지 주민이 이 모습을 신기하다는듯 쳐다보고 있다. 사진/ 김채현 기자

기다리던 사람들 중 한 명이 “지금이 오후인데 도대체 정확히 몇 시에 오라는 거야?”라며 큰 소리로 짜증을 냈다. 그러자 몇 분 뒤 가게 주인은 “오후 4시에 다시 오시라”고 답했다.

같은 시간 맞은편의 또 다른 ‘골목식당’엔 ‘오전 마감합니다. 오후 3시 이후 오세요’라고 쓰인 안내판이 걸려 있었다. 그 옆엔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2시간의 기다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할 수 없다는 듯 인근에 위치한 ‘ㅍ보리밥(골목식당에 출연한 곳)’으로 가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근처에 있는 ‘ㅈ분식점’에 갔다. 지난해 SBS ‘생활의 달인’에 나온 식당이다. 하지만 가게 주인은 줄 선 사람들에게 “카드는 안 돼요”라고 말했다. 어쩔 수 없다. 옆 식당에서도 ‘또 다른 골목식당’처럼 ‘톳 김밥’을 파니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충무김밥식당에서 3시간 동안 기다릴 수밖에.  

5일 오전 10시, 같은 날 오후 1시 방문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온 화제의 식당(위). 오전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오후엔 사람이 많다. 오후 1시 이 일대에서 가장 인기있는 식당인 'ㅆ김밥' 옆에 위치한 한 분식점에 사람들이 줄 서 있다(오른쪽 아래). 그 옆 집에서 파는 '톳김밥'(왼쪽 아래). 사진/ 김채현 기자

김밥을 받은 시각은 오후 4시 20분경이었다. 앞에 줄 선 사람들이 한 명당 여러 개의 김밥을 사 예상보다 늦게 김밥을 샀다. 가게 안에 들어서자 테이블은 세 개밖에 없었다. 앉아있는 사람들은 빨리 나가지 않을 기미였다. 식당에서 먹고 싶어도 포장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포장은 2인분부터 가능해요”라는 가게 주인의 말에 “알았으니 싸주세요”라고 답했다. 

가게에서 지세포항까진 도보로 3분이 채 안 걸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김밥을 꺼냈다. 김밥은 1인분에 10개, 총 20개가 들어 있었다.

바다를 보며 김밥 하나를 입에 넣자 “캬~~”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맛있어선 아니었다. 방송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말했듯 “평범한 맛.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는 맛”이었다. 하지만 바다의 푸른 기운이 혈관을 타고 퍼져 나간 듯했다. 멍게 무침까지 입에 욱여넣고 나니, 비로소 거제 바다에 온 것 같았다. 

5일 오후 4시 20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온 거제도의 한 식당에서 충무김밥을 주문해 포장한 뒤(왼쪽) 같은 날 저녁 통영의 'ㅎ식당'에서 충무김밥을 주문했다. 비닐에 쌓인 충무김밥과 플라스틱 용기 안에 들어있는 반찬이 거제도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사진/ 김채현 기자

남은 19개의 김밥은 같은 날 저녁 통영 ‘ㅎ김밥’에 들고 갔다. ‘ㅎ김밥’은 권위 있는 식당 가이드북인 ‘블루리본 서베이 2018’에 등재된 곳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충무김밥 브랜드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 통영을 대표하는 ‘맛집’과 거제도의 ‘화제의 식당’을 옻칠을 한 나무 쟁반 위에 나란히 올려놓았다. 김밥의 크기와 굵기는 자로 잰 듯 두 집이 같았다. 연필을 깎듯 투박하게 썬 섞박지의 모양도 비슷했다. 가격도 5500원으로 같다.

차이점은 맛이었다. 사실 충무김밥은 맨밥에 조미되지 않은 김을 싼 것이라 김밥의 맛은 두 집 다 똑같다. 하지만 반찬과 국의 맛이 달랐다. ‘ㅎ김밥’의 시래깃국은 가마솥에 쌀뜨물을 붓고 멸치와 조선된장, 시래기(우거지) 등을 넣어 끓여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났다. 너무 무르지 않게 적당히 익은 섞박지엔 마치 종가집의 숙성 비법이 더해진 듯했다.  

5일 거제도 지세포항 일대 식당 곳곳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식당 주인이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있다. 사진/ 김채현 기자

한편 충무김밥에 별도의 식재료가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다. 통영에서 이처럼 보관을 중시한 김밥이 탄생한 배경은 다음과 같다.

바다로 고기잡이 나가는 남편이 식사를 거른 채 술로 끼니를 대신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한 여성이 상하지 않게 밥과 속을 따로 분리해 김밥을 만들어줬더니 식사 문제가 거뜬히 해결됐다. 이후 다른 어부들도 이 같은 방법으로 식사와 간식을 해결하게 됐다는 설이다.

다른 이야기도 전해온다. 가난했던 시절, 지금의 통영 강구안 뱃머리에서 한 할머니가 김밥을 팔고 있었다. 뱃사람들의 시장기를 덜어주는 식사로 적합하다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 김밥은 밥과 반찬이 섞여 있어 금방 상하기 일쑤였다. 이에 할머니는 김밥과 속 재료를 따로 팔기 시작했다. 이 때문인지 충무김밥은 ‘할매김밥’이라고도 한다.

김채현 기자 travelbike@naver.com

<저작권자 © 트레블바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ad60
default_news_ad4
ad53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ad58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ad54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