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서 SNS 시인 ‘글배우’와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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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서 SNS 시인 ‘글배우’와 만나요
  • 임요희 기자
  • 승인 2016.08.10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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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고민 털어놓는 불빛 프로젝트, 9월 초까지 한 달간 진행
SNS시인 글배우(김동혁, 27)가 여름 한 달간 대학로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 천막을 쳐놓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사진/ 임요희 기자

[트래블바이크뉴스=임요희 기자] 공연의 메카 대학로에서 청춘세대를 위한 따스한 위로의 무대가 펼쳐진다. ‘불빛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 행사는 SNS 시인 글배우(김동혁, 27)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벤트로 지난 8월 5일(금)부터 시작됐다.

9월 5일(월)까지 한 달간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진행될 이 행사는 저녁 6시 30분부터 밤 10시 30분까지 문을 열어 놓는다.

페이스북을 비롯해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 다양한 SNS가 문화, 정보 교환, 오락의 창구 기능을 하는 요즘 글배우 김동혁을 스타라고 지칭하는 데는 큰 이견이 없을 듯하다. 사진 출처/ 글배우 페이스북

과거에 스타라고 하면 TV에 출연하는 연예인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러나 페이스북을 비롯해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 다양한 SNS가 문화, 정보 교환, 오락의 창구 기능을 하는 요즘 글배우 김동혁을 스타라고 지칭하는 데는 큰 이견이 없을 듯하다.

페이스북 친구만 24만 명을 헤아리는 그의 글에는 보통 ‘좋아요’가 10만 개, 댓글은 5천 개가 달린다. 친구 500명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나 같은 범인 입장에서 입이 벌어지는 숫자다.

글배우의 ‘불빛 프로젝트’가 처음 시작된 것은 작년 이맘때쯤으로, 그가 전하는 위로의 글이 SNS를 통해 한창 공감을 얻어갈 때였다. 메신저를 통해 그에게 따로 고민을 말해오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글배우의 ‘불빛 프로젝트’가 처음 시작된 것은 작년 이맘때쯤 그가 SNS를 통해 인기 정상에 올랐을 때다. 방문자가 고민을 이야기 하면 위로의 한 마디와 함께 짤막한 시를 적어준다. 사진/ 임요희 기자

처음에는 자신이 그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몰랐고 또한 무언가를 해줄 만큼 스스로가 대단하다고도 생각 안 했기에 그들의 요청을 외면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한 여성의 고백을 읽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22세의 여성으로 그녀에게는 작은 희망이 있었다. 바로 한국무용이었다. 그녀는 12세 때부터 20세까지 하루 서너 개 알바를 감당하며 한국무용 교습비를 모았다고 한다.

옷이라고는 단벌, 하루 한 끼 먹는 식사도 알바 집에서 주면 먹고 그렇지 않으면 굶었다. 22세가 된 지금, 드디어 그녀는 이제까지 모은 돈으로 한국무용을 배우러 다니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시를 적어 담벼락에 붙인 후 사진을 찍는 방식으로 페이스북 활동을 해온 글배우. 사진 출처/ 글배우 페이스북

그녀의 고백을 듣는 순간 글배우의 눈앞으로 주마등처럼 지난 시간이 흘러갔다. 그의 나이 27세, 대학교 2학년생에 불과하지만 대학교 입학 후 휴학을 불사하면서까지 의류사업에 매달렸던 경험이 있다.

그 역시 갖은 알바를 통해 사업자금을 모았고 그렇게 해서 차린 사업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매달린 결과 드디어 성공의 열매를 따나 싶을 무렵 덜컥 병에 걸리고 만다. 과로로 폐가 망가진 것이다.

어린 나이에 사업 실패, 대수술이라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한 그에게 SNS는 또 하나의 희망이 되어 주었다.

작년 한 달간 ‘불빛 프로젝트’에 참가한 사람만 1400여 명. 무더위 속에서 50명 넘게 줄을 서는 것을 보면서 글배우는 올해도 이 일을 시작했다. 사진 출처/ 글배우 페이스북

그는 한국무용가를 꿈꾸는 그녀를 포함, 자신의 글에 댓글을 달아준 사람들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다는 댓글, 죽고 싶다는 댓글,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좋겠다는 댓글들.

“누군가에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만 있어도 살아가는 게 덜 힘들지 않을까요.” 27세의 청년 글배우가 수줍은 표정으로 고백한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불빛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반응이 엄청났다. 작년 한 달간 ‘불빛 프로젝트’에 참가한 사람만 1400여 명. 무더위 속에서 50명 넘게 줄을 서는 것을 보면서 글배우는 올해도 이 일을 시작했다. 그때 미처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한 사람들에게 내년을 기약하자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불빛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글배우는 두 권의 시집을 상재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사진 출처/ 글배우 페이스북

기자의 인터뷰가 있기 전 한 여학생이 “사람들을 만나면 좋은데 집에 오면 지치는 거 같다”는 고백을 했다고 한다. 그녀에게 글배우는 “남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지치게 하는 것”이라며 “웃었던 날들을 모으면 행복이 되고/ 좋아했던 날들을 모으면 사랑이 되고/ 노력했던 날들을 모으면 꿈이 된다”는 위로의 시를 써주었다.

글배우는 불빛 프로젝트가 끝나는 대로 다시 ‘새봄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새봄 프로젝트란 불빛 프로젝트와 달리 글배우가 직접 이야기를 들어주러 전국 각지로 찾아가는 이벤트다.

글배우의 '불빛 프로젝트'가 열리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가운데 보이는 나무가 서울대학교 문리대의 상징었던 마로니에다. 사진/ 임요희 기자

인터파크에서 그의 책 ‘걱정하지 마라’ ‘신호등처럼’을 구매하면 자동 응모가 되며, 그중에서 추첨을 통해 한 달간 100명을 찾아가는 일이다. 곡성, 포항, 마산 등 전국 안 다닌 데가 없다. 출판사에서 일부 비용을 지원해주지만 자신이 받은 인세를 독자에게 되돌려준다는 의미에서 사비도 쓴다.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청년에게, 같은 청년인 그가 손을 내민다.

“대학로로 오세요. 이야기 들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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